서론
21세기 인류는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 시스템 전체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이 시대는 단순한 환경 위기를 넘어, 정치·경제·문화·기술·생태가 복잡하게 얽힌 총체적 위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후 붕괴, 제6의 대멸종, 인공지능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 지정학적 갈등, 그리고 문화적·종교적 위선이 동시에 드러나는 시대입니다.
KPGM 인류세 선교학은 이러한 시대에 성경적 분별과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응답하려는 선교 신학적 노력입니다. 이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성경 해석과 신학적 성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간 사회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역사적·문화적·구조적 맥락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적용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가 필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문·사회과학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문·사회과학의 정의와 범위
인문·사회과학은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문화·제도를 탐구하는 학문 영역을 통칭합니다.
인문학은 주로 인간의 사상, 가치, 문화, 역사, 언어, 예술, 종교를 다룹니다. 철학, 역사학, 문학, 종교학, 신학, 미학 등이 핵심 분야이며, 분석적·비판적·해석적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반면 사회과학은 인간 사회의 구조, 제도, 행동,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연구합니다.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교육학, 인류학 등이 대표적이며, 경험적·비교적 방법을 활용하여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 합니다.
두 영역은 엄밀히 구분되지만, 실제로는 깊이 교차합니다. 특히 인문·사회과학이라는 통합적 관점은 인간을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제도, 권력 구조 속에 존재하는 존재로 이해하게 해줍니다. 이는 인류세 시대의 복합적 위기를 다루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KPGM 인류세 선교학에서 인문·사회과학이 중요한 이유
KPGM 인류세 선교학은 단순한 학문적 탐구가 아니라, “때를 분별하고”(눅 12:54-56) 하나님 나라를 이 시대에 선포하는 실천적 선교 신학입니다. 이 과업에서 인문·사회과학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첫째, 시대 분별과 역사관 정립을 가능하게 합니다. 인류세의 징조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과 철학적 성찰이 필수적입니다. 역사학은 과거 문명의 흥망과 인간의 반복되는 패턴을 보여주고, 철학은 인간중심주의와 기술만능주의의 뿌리를 파헤칩니다. 정치학은 지정학적 권력 구조를 분석하며, 경제학은 자본주의 체제가 생태 위기를 어떻게 가속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인문·사회과학적 통찰이 뒷받침될 때 성경적 시대 분별이 더욱 깊이 있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위선의 본질과 권력 구조를 드러냅니다. 마태복음 23장에서 예수님께서 서기관과 바리새인의 위선을 강하게 질책하신 것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정치적 권력 구조와 문화적 위선의 시스템이었습니다. 정치학, 사회학, 역사학 등은 오늘날 사회와 교회 안에 존재하는 위선적 구조와 이중 기준을 분석하는 데 강력한 도구를 제공합니다. 인문·사회과학은 예언자적 비판을 더욱 날카롭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셋째, 창조 돌봄과 생태적 선교를 위한 통합적 이해를 제공합니다. 창세기 2:15의 “다스리며 지키게 하라”는 명령은 인류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선교 과제 중 하나입니다. 환경 인문학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고, 정치학·경제학은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합니다. 교육학은 다음 세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방향을 제시합니다. 인문·사회과학 없이는 창조 돌봄이 단순한 감상이나 선언에 머물기 쉽습니다.
넷째, 문화 이해와 복음의 상황화를 심화시킵니다. 선교는 언제나 문화와 만납니다. 언어학, 문화인류학, 종교학(인문학)과 정치학, 경제학, 교육학(사회과학)은 특정 문화권의 세계관, 가치 체계, 권력 구조를 깊이 이해하게 해줍니다. 이는 복음을 그 문화 안에서 살아있는 말씀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다섯째, AI와 기술 시대의 인간성과 윤리를 성경적으로 분별하게 합니다.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은 인류세를 가속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기술 철학(인문학)과 과학기술사회학, 정치경제학(사회과학)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 기술이 하나님의 형상을 어떻게 왜곡하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붙잡습니다. 이러한 질문이 없이는 AI 시대에 교회가 어떤 선교적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결론
인문·사회과학은 인류세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와 선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학문적 기초입니다. 인문학만으로는 구조적·제도적 문제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고, 사회과학만으로는 인간의 근원적 의미와 초월적 차원을 놓치기 쉽습니다. 두 영역이 통합될 때 우리는 인류세의 복합적 위기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성경적 분별과 하나님 나라 회복의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습니다.
KPGM 인류세 선교학은 바로 이 통합적 접근을 추구합니다. 역사와 철학으로 시대를 읽고, 정치와 경제로 구조를 분석하며, 교육과 문화 이해로 실천을 구체화하는 것 — 이것이 인문·사회과학이 KPGM 인류세 선교학에서 수행하는 본질적 역할입니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온다 하니 과연 그러하고… 이 시대의 징조는 분별하지 못하느냐?” (눅 12:54-56)
이 말씀 앞에서 인문·사회과학은 더 이상 세속 학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일반 은총의 도구로서 인류세 시대에 하나님 나라를 분별하고 선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학문적 기초입니다. KPGM은 이 기초 위에서 인류세의 어둠 속에 더욱 선명한 빛을 비추어 갈 것입니다.